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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살 수도 있는 거 였는데

집 나올때 다시는 제발 절대로 다시는 돌아가지 않을거라고 생각했어그러니까 다시 돌아가야 하게 된다면 그날로 죽을거라고그게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빚을 냈던 건 돌이켜보면 내 미래에게 내 목숨을 맡겼던 셈이었고, 나는 생각보다 고통을 잘 참는 성격이었나봐.고통을 참고 참아서 오늘까지 살아내니까 이제야 무언가 삶이 시작되려한다는 게 느껴져.내가 좋아하는 걸 마음껏 좋아한 적. 온 마음으로 좋아해본 적 없구나. 앞으로의 내가 이렇게 크게 웃고 크게 소리지르고 크게 움직일 수만 있다면, 내 미래는 더 길게 이어질 수 있을 거 같아.내가 가장 편히 쉴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하는 내 집. 가까이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그 의미도 모르고 애지중지 무릎꿇고 곤두선 신경으로 받들었던 것.다 지난 일이 되었고 다시 태어..

카테고리 없음 2025.09.08

화면 속을 헤엄칠 수 있어?

그럴일 없다고 말했었지 너는, 딱 잘라 말했지. 의미 없다고 시도하지 않을 거라고.내가 그랬잖아, 생각보다 ‘체감’이라는 거 날카롭고 재밌다고. 우리는 직접 행하지 않아도 행했다고 믿을 수 있을 만큼 생생한 경험들을 화면을 매개로 얻고 있지만실제로 행해보면 알 수 있다고.살아있는 느낌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해 말이야.

카테고리 없음 2025.08.05

우울증을 왜 패션삼아 사람들 상처를 주나

비정상에 대한 선망은 언제 어디에서 생겨난 것일까. 나는 그 선망이 판타지에서 기인했을 거라고 믿고 난 이후로 자주 온몸에 두드러기라도 나듯 기분이 불유쾌하고 깊숙히 서글퍼져버린다.일반시민에게 우울증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아본 적이 적지 않다. 누구도 내 이야기를 제대로 듣지 않은 것일지, 그저 내 우주와 상대의 우주가 서로 전혀 호환될 수 없는 종류의 것일지는 아마 영원히 알 수가 없을 것이다.설명의 방법을 바꾼 뒤로는 조금 효과를 보았던 것 같기는 했다.사랑하는 존재와 이별한, 그런 상실을 겪은 적이 있는지 묻는다.하루종일 속이 좋지않고 명치에 커다란 돌덩이가 들어앉은듯 마음이 불편하다. 밥도 먹고싶지않고, 씻고 싶지도, 걷고싶지도, 심지어 그저 숨만 쉬는 것 조차 괴롭다.내가 무엇을 해도 내 가슴 한..

카테고리 없음 2025.07.29

이렇게 살다 사고라도 나면 어쩌려고

키우는 고양이가 아플수도 있고, 일 잘만 하던 몸뚱아리가 아플수도 있고. 잘만 굴러가던 일상이 갑자기 그 동력을 잃게 되면 곧 와르르 무너지고 말거였다. 대비책같은 것은 준비하고 있지 않다. 나는 오로지 오늘 하루와 길어봤자 한두달 정도의 미래만 계산할 뿐 그 이상은 감히 내다보려하지 않는다. 왜 감히라 말하느냐 하면, 신은 믿지도 않으면서 이상하리만치 ‘어떤 커다란 존재’에 대한 감각을 항상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게 내 신경계이상균형으로 인한 ‘불안감’과 같은 종류의 것이라고 해도 딱히 반박할 생각은 없다.그것은 늘 예상치도 못하게 상황을 주물딱 거린다 진행하던 방향을 손쉽게 뒤집어 놓기도 하고 적당한 돛을 달아주고 순풍을 일으켜주기도 한다. 길어야 2달. 내가 계산하고 통제할 수 있는 기간이다.앞..

카테고리 없음 2025.07.17

차라리 우울한게 나은 것 같다는 생각

나는 아주 오랫동안 기복이 큰 감정에 휘둘리기만 하다 치료한 지 3년이 거의 다 돼서야 똑바로 땅에 발 딛고 선 기분을 다시 느낄 수가 있게 되었다.2~3개월 전쯤 나는 들뜨지도 가라앉지도 않은 기분의 표면을 바라보다 문득, ’이게 보통이었던가?‘, ‘아, 되게 별로인데.’ 하고 생각했다. 이게 보통이라면 전혀. 앞으로 기쁠 일 따위 일어나지 않을 테니 전부 그만두는 게 좋겠다 는 생각이 이어서 들었고. 그 덕에 나는 아직 보통이 되려면 멀었구나. 결론 내렸다.다시 시간이 지난 뒤의 나는 무언가 순서가 있는 일들을 하나씩 차근차근 해치우고, 차분하게 저녁밥을 차려 먹고 있었는데, 옆에 둔 휴대폰 액정에 불이 들어오고 다음 예약 날짜와 시간을 알리는 병원의 문자가 온 걸 봤다. 언젠가 나는 병원에서 선생님..

카테고리 없음 2025.05.29

한달에 돈이 딱 50만원만 더 있으면 좋겠다

얼마전부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달에 50만원만 더 벌 수 있다면 이 답답한 가슴이 펑하고 뚫릴 수 있을텐데 하고 생각했다.그렇다면 내가 해야할일은 무언가 생산적인 일, 이를테면 누군가 돈되는 일이라며 일러주는 것들, 혹은 내 마음이 이끌어 딱히 싫어 죽겠다는 생각 없이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것들..잘 할 수 있을까라는 거창한 걱정도 아니다. 그저 ‘해야만한다’는 말이 거대한 무게추 처럼 무겁게 변해 내 어깨에 매달려버리고 마는 것이다.집에 같이 지내고 있는 고양이에게 말했다.“언니가 이것밖엔 안되는 사람이라 그래. 미안하다.”아무것도 모를 고양이의 작은 뇌를 상상했다. 과연, 정말로 아무것도 모를까?오늘은 오랜만에 속도 좋질 않고, 기분도 에너지도 엉망으로 뒤섞였다. 사는 것이 원래 이렇다고들 하지만믿..

카테고리 없음 2025.02.11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내가 너무 슬펐던 이유는 그것이 현실에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내가 한 일들이, 내가 밤낮 없이 깨어있으며 이끌어갔던 일들이 한 순간 뒤돌자 모두 꿈처럼 흩어져 사라졌던 것이 떠올랐다. 나는 그 꿈들을 떠올리며 그것이 내 환상이었는지 그것이 내게 일어난 일이었는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는 사실을 복기하며 눈물이 났다. 그렇게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는 건 내게 늘 일어나는 일이어서 더는 희망도 기대도 않게 되었다는 게 너무 슬퍼서 울었다. 나는 언제부터 이런 사람이되었을까.

카테고리 없음 2024.12.14

정서적 위기와 죽음충동

위기감 2. 철학 / 인간 본래의 가치, 질서를 잃는 데서 느끼는 불안과 절망 의식. 지식백과 상담학 사전 위기위협적이거나 고통스러운 상태로서, 갑작스럽게 사건이나 상황에 직면하여 정서적 충격을 받아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상태 제임스와 길리랜드는 개인이 현재 지니고 있는 대처기제와 자원으로 해결하거나 감당하기 어려운 사건 또는 상황을 지각하거나 경험하는 것을 위기로 정의하였다. 브램머는 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충격적인 단일 사건이 발생하거나 반복적으로 사건을 경험하면서 정서적 충격을 받아 개인이 적절하게 대처할 수 없거나 대처방식이 붕괴되는 것이라고 위기를 정의하였다. 인간은 살아가는 동안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부터 해결하기 어려운 일 또는 갑작스럽거나 미리 예견된 일 등을 겪는다. 예견..

트라우마

삶은 이야기 형식으로 흘러간다. 그러나 삶 속 많은 ‘이야기’가 트라우마로 이어지는 사건으로 인해 중단되곤 한다. 그 누구도 트라우마에 대비하여 몸과 마음을 준비하라고 알려주지 않는다. 이러한 사건은 그저 일어날 뿐, 우리의 삶은 계속된다. 일반적으로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에게 더 큰 고통을 주는 것은 실제로 트라우마가 되는 사건보다 후회나 죄책감이다. 많은 사람이 매일 자신에게 있는 트라우마를 상기하면서 두려움, 분노, 혼란을 느끼고 통제 불능의 상태를 경험한다. 이러한 사람들은 자신이 더 많은 조처를 할 수 있었으며,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일 수 있었으며, 다른 길을 선택할 수도 있었을 거라고 확신한다. 또한 지금, 이 순간의 미래를 예측하지 못한 것에 대해 낙담한다. 자신을 냉정하게 판단하여, 모든..

공감에 반대되는 엑파시

엑파시(Ecpathy)란 공감에 반대되는 신조어로, 감정 전염과 감정 유발을 적절히 다룰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의사이자 정신 의학 교수인 j.l곤잘레스는 타인에 의해 발생된 감정, 태도, 생각, 동기를 배제하는 자발적 과정을 정의하기 위해 이 용어를 만들었다. 엑파시가 공감이 부족한 사람들의 무관심이나 감정적 냉정함과 동일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공감을 보상하는 행동이 되거나 긍정적인 정신 작용이다. 이 심리작용은 우리를 감정의 홍수로부터 보호해주고, 다른 사람의 감정이 우리를 끌어내리는 것을 막아준다. 지나치게 공감하는 사람들이 감수하는 위험으로부터 막아주는 것이다. 여기서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을 다른 사람이 있어야 할 곳에 자신을 놓아두는 것과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타인을 이해하기 ..

‘조절하기 어려운’과 ‘폭발’입니다

과거부터 울음이 많았던 사람은 분노, 당황스러움 등 일차적으로 느껴지는 감정을 ‘슬픔’이라는 감정으로 덮어버리는 습관이 들었기 때문일 수 있다. 김병수 원장은 “자신의 첫감정을 그대로 표현했을 때 상대방과 갈등이 생기는 것을 과도하게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며 “어린 시절 자기 주장을 폈을 때 부모에게 과하게 혼났던 경험이 많으면 이런 증상을 잘 겪는다”고 말했다. 울음을 보이면 상대방이 나를 비난 하지 않을 것이라는 무의식적인 기대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이를 극복하려면 자신의 감정이나 원하는 바를 명확히 표현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눈물이 흐르는 순간은 대개 감정을 주체하고 못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 감정이란 대부분 슬픔인 경우가 많지만 분노, 수치, 기쁨, 안도 등 ..

사회적인 카멜레온 기질

미네소타 대학의 유명한 사회 심리학자인 마크 스나이더는 사회성 연구의 전문가이다. 그가 연구한 흥미로운 결과 중 하나는, 사회적 카멜레온이 사실 엄청나게 불행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잠시 동안 생각해 보자. 그 사람 주위에는 늘 그에게 어떤 측면을 요구하는 사람 뿐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 우리는 무언가를 생각하고 느끼고 또 그 반대로 하는 것에 익숙해져야만 한다. 우리는 진짜 얼굴과 공공의 가면 사이에서 왔다갔다하는 모순적인 삶을 살아야한다. 내키지 않을 때 웃는 삶은 강박적이다. 우리는 좋은 인상을 남겨야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러한 강박관념은 지속적이고 만족스러운 관계를 구축지 못한다. 또한 이는 일반적으로 정서적 피로를 야기한다. 우리가 “흉내를 내기 위해서”, 사회적 카멜레온처럼 행동하기 위해서는 각..